외국시 /번역 한시

春眠不覺曉---孟浩然

김동수 2015. 3. 13. 15:24

봄잠에 날이 새는 줄 모른다



"봄잠에 날 새는 줄 모르며(春眠不覺曉)/곳곳에 새 지저귀는 소리 듣는다(處處聞啼鳥)/간밤에 비바람 소리 들리더니(夜來風雨聲)/꽃잎은 얼마나 떨어졌을까(花落知多少)"

봄날은 밤이 짧아 한번 일어났다 하면 밖이 훤하게 밝아 있다. 어느새 새벽이 오는 줄 모르게 날이 새는 것이다. 어제 밤 세찬 비바람 소리에 뒤척이다 늦게 깊은 잠을 잔 시인은 여기저기 지저귀는 새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그러다 문득 그 비바람에 꽃이 꽤 많이 떨어졌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당(唐 )나라 때 활약한 시인 맹호연(孟浩然, 689~740)의 '춘효'(春曉)라는 시이다. 이 시는 간결한 오언절구(五言絶句) 형식에 가는 봄을 아쉬워하는 심정을 담아냈다. 여기서 유래하여 춘면불각효(春眠不覺曉)는 봄잠에 날이 새는 줄 모른다라는 뜻으로, 좋은 분위기에 취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

맹호연은 왕유(王維)와 더불어 '왕맹'(王孟)이라 일컬어졌는데 이들은 유정파(幽靜派)로 분류된다. 맹호연은 왕유에게 재질을 인정받은 시인이었다. 그러나 꾸미지 않은 성격에다 타고난 무욕(無欲)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하고 52세에 빈한한 가운데 병사했다. 유정파의 시는 정(靜)ㆍ유(幽)ㆍ청(淸)ㆍ담(淡)이란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대상은 동적(動的)인 세계가 아니고 작고 깊고 조용한 것이었다. 섬세한 감각으로 자연의 미묘함을 관조하여 거기서 그려낸 세계가 유정파의 시인 것이다. '춘면'이라는 시도 조용하고 미묘한 자연을 관조한 것이다. 극히 평범한 광경이기는 하나 그 평범한 것이 평범하지 않게 그려져 있다. 지난 주 내린 비로 꽃이 지는 것을 보니 이 '춘효'라는 시가 생각났다. 봄날 밤 창 밖으로 비바람이 몰아쳤던 것을 기억하면서 꽃이 많이 떨어졌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전해온다. 어제 보았던 아름다운 꽃을 오늘 아침에는 다시 보지 못하겠구나 생각한 시인은 그러나 슬퍼하지 않는다. 아침부터 이곳저곳에서 새가 지저귀니 아직 좋은 봄날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는 봄을 아쉬워 말고 남아 있는 봄을 알차게 보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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