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환상류
고향
김동수
2016. 5. 27. 22:39
고향
영영
잃어버린 나의 고향
아카시아 흰꽃잎이
아름답게 흩날리던
군부대 가던 길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 옆
하품하는 아낙네
우물옆 이발소엔
두만강을 저어가는
뗏목 탄 한 사람의 사진이 보인다
이 곳을 나서서
난 어디로 가야하나
언덕에 있는
나의 집으로 간다
영영
고향을 잃은
서운함을 간직한 나의 집
겨울엔 혼자 연을 날렸지
먼 곳에 대한 동경을 실어서
나의 한계를 깨고 나가고 싶다
내 가족은
다 어디로 갔을까
문득 깨어보니
난 세상에 나와 있었다
그토록 사랑하던 그대와
나의 어머니는 어디로 가고
나의 스승, 사형제들은 다 어디가고
나만 홀로 이 곳으로 왔을까
우주속에 홀로 있는 외로움이
내 가슴에 밀려와 미칠 것 같던 날들
술과 담배로 위안을 삼던 시절
난 어디에서도 이방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