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생각이 예사롭지 않았던 자장면 배달부가 있었다. 번개라는 별명을 얻은 배달의 달인이다. 예전에 중국집에서는 판촉용으로 곽성냥을 나눠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곽성냥을 돌려도 주문이 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까 음식주문은 주로 총무과 여직원들이 하는데, 여직원들은 대개가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성냥곽을 보관하지 않았다.
이점에 주목한 이 사람은 성냥대신에 여자스타킹을 사서 돌렸더니 매상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 사람이 근무했던 중국집 설성반점은 고려대 후문에서 불과 5미터밖에 안 되는 거리에 있었지만, 매상은 다른 집보다 못했다. 그 이유를 분석한 끝에 두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첫째, 학생들은 양 많은 자장면을 좋아했다. 큰 그릇에 담으면 적게 보이고, 작은 그릇에 담으면 양이 많아 보인다. 설성반점 자장면 그릇은 유난히 컸다. 그래서 그는 자장면 그릇크기를 줄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둘째, 교수들은 속도가 문제였다.
수업시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빨리 배달해 주는 곳을 선호했다. 이 사람은 이 점에 착안해 교수들의 주문은 우선적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방에 요구했다. 그 당시에 중국집 주방에서는 주문 받은 순서대로 조리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런데 음식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자장면은 2분에 불과하지만 탕수육은 10분 이상 걸린다. 자장면 주문을 받아도 탕수육 주문이 먼저 들어와 있으면 10분이 훨씬 지나야 자장면이 나온다. 그래서 이 사람은 탕수육 주문이 먼저 와도 급한 자장면 주문이 있으면 그걸 먼저 시켰다.
이것 역시 주방장 우선이 아니라 고객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 사람은 이 덕분에 ‘번개'라는 상표를 얻게 된 것이다. '번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배달부의 이미지다. 그가 오토바이를 타고 고려대 캠퍼스를 누빌 때는 '번개'라고 쓴 노란색 사각 깃발이 바람에 펄럭였다고 한다.
번개수칙도 있었다. "설성반점에 자장면을 시키면 담배를 피우지 말라. 왜? 담배 피우기 전에 자장면이 도착하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통의 자장면 배달부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인생관입니다. 자장면 배달부 100이면 100명이 '언젠가는 이 일을 그만 두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나는 언젠가는 최고 배달부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1단계 목표로 중국집 사장이 되기로 했습니다."
그는 고객만족과 고객감동의 차이점도 깨달았다고 했다. "만족은 제품에서 나옵니다. 자장면이 맛있으면 고객은 만족합니다. 그러나 감동은 아닙니다. 감동은 서비스에서 나옵니다. 고객의 마음을 읽고 자장면을 시킨 손님에게 짬뽕 국물을 갖다 주는 것이 감동입니다. 푸짐한 요리를 시킨 고객에게 군만두를 덤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소두 두 병 갖다 주는 것이 감동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고객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탐구하고 알아내는 작업을 ‘고객과의 경쟁'이라고 했다. 그는 또 '번개'라는 상표가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일산에서 '번개반점' 체인1호점을 열어 마침내 자장면집 사장의 꿈을 이뤘다.
“3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의 저자 나카타니 아키히로는 10년 뒤 자기를 위해 느긋하지만 쉬지 않고 준비하라고 충고하였다. 번개 같은 자장면 배달부에서 일약 중국집 사장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10년 뒤 사장이 되어 있는 자신을 그려본 것이다.
현재의 자장면 배달부에 만족하지 않고, 자장면 배달부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았다. 10년 뒤 사장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힘을 썼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엄청난 변화의 회오리 속에 갇혀 있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은 우리 스스로가 변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