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반측(輾轉反側)"이 변환을 위한 정점이다.
關關雎鳩,在河之洲.(관관저구,재하지주)
窈窕淑女,君子好逑.(요조숙녀,군자호구)
參差荇菜,左右流之.(참차행채,좌우류지)
窈窕淑女,寤寐求之,(요조숙녀,오매구지)
求之不得,寤寐思服.(구지부득,오매사복)
悠哉悠哉,輾轉反側.(유재유재,전전반측)
參差荇菜,左右采之.(참차행채,좌우채지)
窈窕淑女,琴瑟友之.(요조숙녀,금슬우지)
參差荇菜,左右芼之.(참차행채,좌우모지)
窈窕淑女,鐘鼓樂之.(요조숙녀,종고락지)
꾸욱꾸욱 물수리는 강가에서 울고
요조숙녀는 군자의 좋은 배필이라네
삐쭉삐쭉난 마름풀을 이곳저곳에서 찾는데
찾아도 얻지 못해 자나깨나 그립네
그리워라 그리워, 이리딩굴 저리뒤척
삐쭉삐쭉난 마름풀을 이곳저곳에서 뜯듯이
금슬이 좋은 요조숙녀를 만났네.
삐쭉삐쭉난 마름풀을 이리저리 다듬듯이
요조숙녀를 종과 북과 같이 짝하며 인생을 즐기노라
물수리의 ‘꾸욱꾸욱’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마름풀을 이리저리 찾는 모습이 요조숙녀를 찾는 것과 같다.
찾아도 찾지 못해 애절해 하는 모습을 전전반측(輾轉反側)으로 표현했다.
이 부분이 절정을 이루고 스토리가 반전된다.
마름풀을 찾았듯이 배필을 찾아 즐거운 생활을 하는 전개의 변화기법이 녹아있다.
그 옛날에는 사람들이 동굴에서 살았다.
동굴 속에 살았던 아리따운 여자가 요조숙녀다.
물가의 동굴 속에있는 여자와 물가의 마름풀이 대비를 이룬다.
하늘 높이 울려 퍼지는 새 소리가 귓가에 가까이 들려오는 것 같다.
매행(每行)에 절묘하게 자리잡은 압운(押韻)의 매력이 있다.
구(鳩),주(洲) 구(逑) 등 매 구절의 끝소리가 조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반복된다.
‘관관’의 첨음과 ‘요조’의 첨운이 더해져 나오는 음률은 ‘천상의 악곡’처럼 들린다.
이것으로 인해 시에 경전이란 의미인 ‘경(經)’이 더해진 것 같다.
이러한 압운은 오늘날까지 전해지게 한 요소들이다.
‘운(韻)’자는 ‘균(均)’자와 동일하다.
단지 운이라고 칭하지 않고 ‘성(聲)’이라고 했다.
성(聲)은 소리이다.
소리는 노래(詩歌)의 힘을 빌려야 한다.
말은 곧 운을 이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위 시(詩)는 십오국풍(十五國風)가운데 주남(周南) 11편중 첫 번째로 등장하는 ‘관저(關雎)’라는 시이다.
‘관저’는 옛날부터 매우 모범적인 시로 시경(詩經)중에서 중요시했다.
시경 가운데 풍(風)은 가장 넓리 전파된 노래들이다.
문왕의 부인 후비(后妃)의 내조 덕을 칭송하는 시다.
후에는 신혼을 축하하는 시로 남(南)이라는 악기로 연주했다고 한다.
님을 그리워하며 잠도 자지 못하다가 마침내 함께 들으며 즐겁게 지낸다는 내용이다.
논어‘팔일편’에서 공자는 이 시에 대해서 논평을 했다.
‘관저는 즐거우나 음란하지 않고 ,애절하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그 당시에도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것에 대해 비약적인 상상을 하였던 것 같다.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도 시의 매력이다.
대중에게서 널리 불렸으니 별의 별 해석이 나왔을 것이다.
시(詩)는 현실의 표상이며 언어적인 재능으로 그려내는 그림이다.
최고의 예술은 사물을 최대한 실재와 아주 가깝게 꾸며내는 예술이다.
시(詩)는 ‘뜻(志)’의 언어적인 표현이다.
‘뜻(志)’은 그 범위가 대단히 넓다.
사상과 감정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 속에는 ‘운(韻)’이 녹아 있다.
운은 텅 빈 산 속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와 같다.
적막함 속에서 사람을 찾을 수 있게 한다.
그 소리에 감동을 더해준다.
공간의 미(美)를 더울 돋보이게 한다.
운(韻)은 소리의 집합만이 아니다.
내부에 공간과 감정의 색채를 지니고 있다.
운(韻)은 그 자체만의 의미를 지닌다.
운(韻)은 의미를 지닌 아름다움 그 자체다.
운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한 편의 시에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정감이 가득 넘치면서도 서로 다른 품격을 선보인다.
미묘하게 변화하는 과정을 포착하여 시간이 경과하는 느낌을 사실적이고 절묘하게 표현한다.
사랑의 감정도 음운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깊어진다.
직접적인 묘사대신에 운 속에서 드러난다.
운에 변화를 주거나 다른 운의 조합을 취함으로써 섬세하고 미묘하게 심정을 드러낸다.
이 방식은 상상을 초월하는 예술적인 매력을 발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