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의 여인 1
봄바람이 거쎄지만 그 속에 따스한 기운이 느껴지는
일욜 오후 1시쯤 광진구 구의동의 아차산역에서 전철을 내렸다
어린이 대공원엔 연인들이 삼삼오오 지나가고
리틀 앤젤스 강당이 있는 선화예고의 멋진 무용반 애들이 생각났다
이마를 참 시원하게 드러내 놓은 고전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지
광나루역에서 군자역으로 가는 대로에
구의 시장으로 가는 길과 아차산밑 영화사길이 교차하며
예전엔 사거리가 있고 석탄 상표같은 촌스런 이름의 삼일 주유소가 있었다
언제나 이곳은 흑백영화를 보는듯한 아련한 먼 이질감이 있다
20대초에 송파구 거여동의 이모집에 갈때
버스타고 처음으로 이거리를 지나갔는데
그당시엔 좌우로 허름한 시골길 풍경이어서
난 버스가 서울을 벗어난 줄 알고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몇번이나 내가 서울의 거여동에 간다고 말했지
버스가 한강을 지나기전 워키힐 호텔이란 팻말이 보였지
그게 없었으면 그곳을 영락없는 촌구석인줄로 알았겠지
아직 뒤풀이 시간이 안되어 근처 PC 방에 들어가 우리 카페에 접속하고
내가 가입한 여러 카페에 올린 게시글의 댓글에 답글을 1 시간쯤 달다보니
웬지 답답하여 일찍 그곳을 나와서 카페 아차산 산행팀들이 지나리라 짐작되는 영화사로
천천히 걸어가며 울긋불긋한 등산복과 여러장비를 완전군장하듯이 차려입은 등산객들이
거리를 대부분 차지하며 걸어가고 식당에서 왁자지껄 웃으며 노는걸 구경했다
짐수레를 혼자 끌기 힘든 각도로 경사진 영화사길을 걸으며
연연세세 화상사 세세연연 인부동 이란 싯귀를 떠올렸다
年年歲歲花相似 해마다 꽃은 그 꽃이건만
歲歲年年人不同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니네
고교 국어 책에서 본 이후로 자꾸 나를 맴도는 그 싯귀는
때때로 잔인하게 가슴을 여러각도에서 도려내곤했지 ㅎㅎㅎ
이럴땐 처량하고 씁쓸한 기분에 담배를 피고 싶긴하지 ~~후우우 ~~
지금은 약간 추운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뿜으며 흰 연기의 환상을 떠올리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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