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복동 쪽샘의 추억
부산 용두산 공원 앞에 로얄관광호텔이 고즈넉하게 있고
그 일대가 부산의 명동이라 불리는 광복동이다
이 곳은 조선시대나 일제 강점기때도 중심지여서 고풍스런 느낌이 남아있고
80 년대엔 일본 관광객이 옷사러 많이 왔고 영화 친구의 배경이 된 곳이고
장동건이 최후를 맞이한 국제시장도 있고 나이트클럽도 많았다
제가 잠시 부산 모대학 영문과를 다니던 시절엔 술을 즐기며 철학적인 예기 하는걸 좋아했다
낭만을 뺴곤 철학을 논하지말라는 나름의 개똥철학을 주장하고
특유의 섹시 에스 라인 웨이브가 기틀이 잡혀가던 때이다
어느 토욜 친구와 수업을 끝내고 오늘은 학교앞을 벗어나 술 한잔 하자고 의기투합하여
버스를 타고 광복동으로 갔다
친구가 좋은 술집이 있다고 해서 가보니 로얄호텔앞 대로 뒤의 소로길에 지하에 쪽샘이란 술집이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니 오~~놀라워라 사방벽에 알아보지 못하는 초서로 당시가 쭉 쓰여있었다
아~~심봤다 날려 쓴 글이라 읽진 못해도 술 마실 분위기 잡힌다
밖에는 마침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있었다
실내에 습기가 약간 차니 마치 강가에 나온 아이처럼 기분이 들떴다
마침 우리 주변에 군대가는 친구들도 있고 해서
그 심정을 예기하다가 내가 시 한수 읊었다
送元二使安西 - 王 維 친구 원이를 보내며
渭城朝雨浥輕塵 위성조우읍경진 위성에 비가 오니 진흙이 일어나네
客舍靑靑柳色新 객사청청유색신 여관 앞에 버들 잎은 더욱 푸른데
勸君更盡一盃酒 권군갱진일배주 이보게 자네~~ 또 한 잔 하시게나
西出陽關無故人 서출양관무고인 서쪽에 나가면 아는 사람도 없을테니
그러자 이 친구도 당시를 좋아해서 답가가 나왔다
送朱大入秦 - 孟浩然 친구 주대를 보내며
遊人五陵去 유인오릉거 친구가 오릉에 간다니
寶劍直千金 보검직천금 보검이 비록 천금이지만
分手脫相贈 분수탈상증 어찌 끌러주지 않겠나
平生一片心 평생일편심 평생 우정을 잊지말게나
우린 서로 상대가 그런 시를 좋아하는 줄 그때 처음 알았다
하하하 ~~~친구의 재발견이 되어, 주거니 받거니 대작을 하며 잊지못할 술추억이 되었다
지금은 연락이 끊어졌고 또 나처럼 늘 시를 생각하는 사람도 없으니
이번에 부산에 가면 홀로 쪽샘에서 술을 마시며 시를 읊조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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