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데기 하숙집의 추억 --10월의 마지막밤
매년 10 월이 되면 여러가지가 생각난다
초등학교때는 가을 코스모스가 그리도 멋지게 보였는데
빨간 고추잠자리가 우리 곁에서 맴도는걸 보며 학교로 갔었지
난 예전엔 폐병을 앓은 후유증으로 정서가 좀 불안정했고
가을엔 컨디션이 저조해지고 감상에 잘 잠기곤해서
술을 가까이 하곤했다
아무래도 학생이니까 소주를 자주 마셨다
학교앞 닭발집에서 밤 10시쯤 혼자서 소주 한병에 아주 매운 고추로 덮힌 닭발을 안주로 마시곤 했다
그 닭발은 원래 색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추로 성형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구수한 냄새를 맡으며 매력적인 빨간 색을 보면 입에 군침이 돌았다
밤엔 종로서 영업을 일찍 끝낸 일부 술집 아가씨들이 집으로 돌아와
동거남과 술집서 술을 마시니 그녀의 화장품 냄새와 살내움이 같이 풍겨온다
에이 안그래도 마음이 뒤숭숭한데 ,올려면 친구랑 오지 ㅎㅎ
그래봐야 조용히 술만 마셨겠지만 ,술맛은 더 나잖아
라디오에서 이용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잊혀진 계절 -이용-
우우우우 우우우우
우-우- 우우우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우우우우 우우우우 우-우- 우우우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노래 끝
ㅎㅎ 그래 이룰 수 없는 사랑은 괴롭지
그 슬픔이 이렇게 술맛을 기가 막히게 해주고 있지
시리디 시린 고독이 가슴을 휘저으면
영혼이 흔들리며 몸이 약간 진동한다
그 진동에 뺨에 약간 경련이 생기며
떨리는 손으로 급히 술잔을 잡고 술을 마시면
뼛속까지 차가운 소주의 술기운이 쫙 들어간다
혼자서 속으로 여러 애송시를 읊조리며 젊은 날의 낭만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렇게 기막힌 소주맛은 이후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고
더구나 지금은 기공수련을 하며 부동심을 추구하여 술도 안마시고 있다
--- 이글을 쓸때는 금주했었는데 요즘은 매일밤 조금 마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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